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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당신과 교차로에서 왈츠를 본문
크리스마스엔 당신과 교차로에서 왈츠를
w. 리자몽
개요
온 세상에 캐롤이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내일이면 친애하는 그와 계약 연애가 끝이 납니다.
탐사자, 그동안 그와 보낸 시간은 어땠던가요?
어떤 이유였나요? 이 연애를 왜 시작했었죠?
마지막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아직 당신의 사랑하는, 당신의 연인.
KPC입니다.
형식: 클로즈드 레일로드
배경: 현대
인원: 1인 / KP를 따로 둔 2인
플레이 난이도: ★★
키퍼링 난이도: ★★☆(KP의 주도적인 임기응변이 필요한 구간이 다소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 ORPG 5~7시간 / TRPG 기록 없음
권장 기능: 관찰, 듣기, 자료조사, 지능
로스트 확률: PC 없음, KPC 높음
추천 관계 및 성향
KPC: 더 사랑하는 쪽.
PC: 사랑 받는 쪽 또는 집착/의지가 강한 쪽.
소중한 관계. 100일 계연에 맞춰 작성되어 있습니다. 사내연애일 경우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힐링이나 가벼운 내용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고 계연관으로 가기에 다소 무거울 수 있습니다.
주어진 판정 요소가 관찰/자료조사에 치중돼, 탐사자가 적극적으로 대인관계 판정을 시도할 수록 난이도가 내려갑니다.
주의사항
0. 본 시나리오의 약칭은 크리왈 또는 당교왈입니다.
0-1. 0-1. 이 시나리오는 100일 계연(크리스마스 계연)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지문을 적당히 가감하는 형식으로 플레이 가능하나, 기존 연애관으로 가고자 할 경우 이쪽을 참조해주심이 더 손쉽게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1. 본 시나리오는 초여명사의 Call of Cthulhu 7th Edition을 기반으로 작성한 팬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본 시나리오는 원작자 Chaosium Inc.와 도서출판 초여명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가 없습니다.
2. Call of Cthulhu는 도서출판 초여명에서 번역해 판매하고 있는 유료 룰입니다. 따라서 룰북을 소지하지 않은 키퍼링을 금지합니다. 발각시 해당 사용자의 계정은 블락처리 되며 플레이 로그의 삭제 및 인증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룰북 판매 링크)
2-1. 본 시나리오는 세션카드, 인장을 제외한 모든 금전적 커미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상단의 세션카드는 레야(@raeyacommission)님의 커미션으로, 해당 시나리오 세션에 한해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3. 라이터는 해당 시나리오가 멘마, 비참, 기타 등등의 멸시적 호칭으로 불려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2회 이상 발견될 시 시나리오가 무통보 비공개처리 될 수 있습니다.
4. Trigger warning: 자살과 타살을 포함한 모든 죽음 전반, 예기치 않은 사고
4-1. 본 시나리오를 힐링 시나리오라고 속이고 진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PL에 따라 불쾌하거나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항이 존재하므로 KP는 사전에 시나리오를 일독한 뒤 PL에게 주의사항에 대해 안내해주세요.
5. 시나리오 내 신화생물·주문·아티팩트 등 전반에 대한 독자적 해석 및 변형, 창조가 존재합니다.
6.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시나리오 스포일러를 금지합니다. 개요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스포일러이므로, 엔딩명을 발설하시는 것 역시 주의 부탁드립니다.
7. 진상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개변이 자유롭습니다. 개변 시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문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개변 후 재배포는 삼가해주세요. 개변사항을 전달해주시면 라이터가 즐거워합니다!
진상
내가 당신을 잊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당신을 잊지 않아요.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나는 불멸을 포기할 수 있어요.
나는 고통도, 두려움도 피하기만 하던 겁쟁이였어요.
그런데 그런 나를 당신이 이끌어낸 거예요.
당신을 사랑해서 난 이제 당신의 곁에 머물고 싶어요.
영원하지 않더라도 그 길이 행복일테니.
당신의 여백은 내가 채웠다면,
이번에는 당신이 내 결말을 맺어주지 않을래요?
KPC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서,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이 되려 합니다.
오로지 탐사자,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서.
KPC는 불멸의 저주를 받아 영원을 사는 자입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던가요? 확실하지 않습니다. 왜 그가 영생을 살게 됐는지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니알라토텝의 장난이었을 수도, 어떤 사교도의 주술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이제와 중요한 것은 그가 불멸을 산다는 점입니다. 그는 KPC로, 그 이전에는 다른 모습, 다른 이름으로 스스로를 바꿔가며 오랜 시간을 견뎠습니다. 그리고 그 삶에 나름 만족했어요. 불멸의 존재가 된 처음에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지만 이제 와서는 다 옛말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을 통해 KPC는 잊고 있던 외로움이라는 감각을 깨달았습니다. 외로움은 덩굴처럼 타고 올라 금세 KPC의 마음을 잠식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서서히 당신이 알려준 외로움으로 몸이 돌처럼 굳어갔습니다. 마치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서, 점차 움직일 수 없고, 끄트머리부터 부서져서……
불멸을 사는 존재에게 가장 독이 되는 것은 외로움. 그의 몸은 외로움과 함께 사느니 잠들듯 죽기를 택한 겁니다.
그런 KPC에게 다가온 존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니알라토텝입니다.
니알라토텝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뒤 KPC에게 거래를 하자며 다음과 같이 속삭였습니다.
네가 탐사자를 잊어버리면 너는 영원을 살 수 있어.
여기 물약을 줄게. 이 물약을 마시면 너는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게 될 거야.
네가 마시지 않으면 넌 서서히 온 몸이 굳어 결국 죽게 되겠지. 마치 인간처럼.
탐사자, 여기 당신을 사랑하게 된 그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가 당신을 잊고 살아가길 바라나요?
혹은 당신의 곁에서 죽더라도 당신을 기억하길 바라나요?
이하, KP가 진행을 위해 기억할 사항입니다. KPC는 해당 정보를 모르고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 KPC가 걸린 저주는 실은 로이고르의 저주입니다. 그는 아주 오래전 마을에서 실종되는 사람들을 찾으려다 로이고르의 저주를 받아 외로움에 시달리고, 우울해했으며, 끝내 로이고르가 모든 마력을 빼앗기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 우연하게도 그것을 지켜보던 니알라토텝은 그를 재미삼아 살려냈습니다. 혹은 그가 사교도라는 설정을 넣어 그가 모시던 요그소토스의 관여로 되살아났다는 등의 개변 역시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니까요.
- 그는 다시 살아났으나 로이고르의 저주로 당시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즉, KPC는 자신이 자살시도를 했었음을 모릅니다.
- 그는 따라서 영원을 산 적이 없습니다. 그의 몸이 굳어가는 것은 외로움이 아닌 로이고르의 저주때문이며, 그는 매번 죽고 살아나며 로이고르에게 마력을 빼앗기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영원히 사는 존재라고 기억할 뿐입니다.
- 이 잠깐의 장난은 니알라토텝이 건넨 물약, 경동맥 독소(p266)을 통해 죽음으로 끝날 겁니다.
- 그러므로 실은 그가 마실 약은 인간이 될 약이 아닌 완벽한 죽음의 약이며, 이 사실을 아는 건 탐사자 단 한 사람입니다.
본 시나리오는 물약과 관련된 KPC의 선택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내 KPC의 심리학 판정 시 별도의 지문을 준비해두지 않았습니다만, 죽음을 앞둔 KPC는 주로 불안정하고 겁이 나거나, 또는 두려워하고, 슬퍼할 것입니다. 이 점에 유의하시면 RP나 힌트를 제공하기에 쉬우실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나리오
1. 당신은 빛나는 사람이죠.
추천 BGM: Johannes Bornlof - Away In A Minger(piano)
흐린 하늘이 좀처럼 개일 생각을 하지 않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걷는 거리마다 캐롤이 반주처럼 머물고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장식 전구의 불빛이 거리의 별자리가 되어 빛내는 날. 간간이 차게 식은 뺨이 머리칼을 헝클이고 지나갈 때에도 사람들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야, 조금도 춥지 않았으니까.
저마다 손에 든 선물들, 가벼운 겉옷들.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입가에 머무르지 않는 흰 입김들. 그 어디에서도 한겨울의 서늘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라디오와 TV를 타고 기상 캐스터들은 연신 이상 고온이라는 단어가 맴도는 해였습니다.
첫눈은커녕 갈댓잎에 서리가 맺힌 것도 12월 초였으니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죠. 아이들은 눈이 언제 오는지 도돌이표처럼 되묻다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어요. 무언의 이해였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오지 않을 거라는 체념.
물론, 탐사자에게는 모두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당신에게는 그보다, 뭐랄까… 이런 사실이 더 가깝게 와닿겠네요.
오늘은 당신의 친애하는 연인, KPC와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 말예요.
탐사자, 이 연애를 누가 먼저 시작하자고 했죠?
길지도 짧지도 않은 100일이라는 기간을 정한 건 누구였던가요?
무엇때문에 이 연애를 시작했는지는 기억나나요?
어떤 이유로 시작했건 당신은 그와 99일간의 계약 연애를 했습니다.
비로소 내일이면 다시 혼자가 돼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탐사자.
상념에 젖어들고 있을 때, 짧은 벨소리가 울립니다.
KPC입니다.
KPC?
전화를 받으면 KPC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쩐 일인지 조금 떨리는 목소리네요.
- "탐사자씨, 저예요. 우리, 내일이면 헤어지는 날이죠."
- "오늘이 가기 전 하고싶은 말이 있어요. 꼭 오늘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요."
- "갑작스럽지만 카페로 나와줄래요?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목소리의 끝이 눅눅하게 젖어 기운이 없던가요. 떨리는 말투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내심 신경은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PC가 최근 고민이 있어보였잖아요. 당신을 보지 않을 때에는 늘 어딘가 한켠에 걱정이 있는 사람인 마냥 침울하게 홀로 앉아 밥도 안 먹고 생각에 잠겨 있었죠.
아, 혹시.
어쩌면, 그는 당신에게 하루 이른 이별 통보를 전하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별인사라면 만나서 나누는 게 좋겠죠. 어떤가요?
2. 난 당신과 같이 살고 싶어요.
추천 BGM: Engagement Party(영화 La La Land OST)
코끝에 맴도는 미미한 원두향이 바람을 타고 문 안쪽에서 흘러나옵니다. 약속한 장소로 향하면, KPC는 구석진 창가의 자리에서 햇살을 받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기나는 밀색 석재 바닥에 당신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면, KPC는 당신을 보고 작게 웃음짓습니다.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옅게 웃어보이는 그의 안색은 오늘따라 유난히 좋지 않습니다. 푸르고 서늘한 기운이 드리워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이네요. 웃는 표정도 그다지 밝지 못하고 굳어 있어요. 어디가 아픈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패: 오늘 제법 꾸미고 온 건가요? 새로 산 셔츠가 잘 어울리네요. 그런데 색을 잘못 고른 것 같아요. 얼굴이 희게 질려보이네요. |
(※KP노트: 심리학 판정으로 살필 경우 불안하거나 슬퍼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의료 기능을 굴린 탐사자에게는 병색이 완연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증세임을 알려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추궁해도 KPC는 답하지 않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KPC는 웃는 낯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KP노트: 이 때 KPC는 약을 마실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탐사자의 기억이 소중해서던, 탐사자를 사랑해서던 기억을 잊고 싶지도, 죽고싶지도 않을 겁니다. 결국 탐사자의 반응을 에둘러 떠보고 결정하기 위해 이 자리에 탐사자를 불렀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던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합니다만 탐사자가 KPC에게 닿지 않도록 신경써주세요. 아래는 예시입니다.)
- "탐사자씨, 내일은 크리스마스인데, 약속이 있나요? 내일 천체관측관에서 우주 전시회가 열린대요."
- "탐사자씨, 난 언제나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어요."
- "얼마 전에 책에서 인연에 대해 읽었어요. 인연의 끈으로 엮여 있는 사람들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단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대요. 탐사자씨, 탐사자씨는 인연을 믿어요?"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고서는 뭐가 이렇게 태연한 걸까요. 그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양 당신에게 시시콜콜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습니다. 고작 이게 당신과 하고 싶던 말이었을까요?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란 건 무엇이었죠? 설마 이 바쁜 시기에 당신과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일부러 불러낸 걸까요?
쨍그랑.
그 순간 짧은 소음과 같이 그의 손에 밀려난 찻잔이 탁자 모서리를 돌다 떨어져 깨어집니다.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KPC가 찻잔을 잡기 위해 팔을 뻗지만, 간발의 차로 찻잔에 손이 닿지 않아요. 그러나 조금 들린 옷소매 너머로 회색이 되어 새카맣게 굳은 그의 피부가 드러나다 가려집니다. 꼭 돌 같이 보이는 이상한 모습입니다. 실패: 꽤 재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가요? 오늘따라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유난히 낯선데요. 정말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건가? 떨어진 찻잔이 꽤 비싸보였는데. 시선은 그가 아닌 찻잔으로 향합니다. |
소란에 달려온 직원이 깨진 잔을 치우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합니다. 부산스러운 직원의 행동 탓일까요. 깨진 잔의 소음이 컸기 때문일까요. 한동안 KPC는 입을 열지 않고 깨진 찻잔을 바라보기만 해요. 그가 바라보는 찻잔에는 붉은 장미꽃 그림 위로 흐린 실금이 그어져 두 송이 꽃이 서로 갈라져 있습니다.
"탐사자."
유리 파편 같은 침묵의 끝에서 그가 당신을 부릅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그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얼굴과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덤덤해지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듯해보여요.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 끝이 다시금 아까의 그 수화기 너머 목소리처럼 떨려오고 있잖아요.
왜일까요. 저렇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가 깨진 찻잔을 바라보며 생각한 것은.
"탐사자씨. 탐사자씨는 날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예요. 기억은 한정적이죠. 우리가 있는 현재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고 말 거에요."
"우리가 서로를 잊어버린다 해도 우리는 지금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탐사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와 함께하던 기억들을 잊고서도 내일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나요?
그동안 마냥 즐겁기만 하진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를 연인으로 알기 전에도, 연인이 된 지금도. 때로는 그가 제멋대로라 여겨질 수도,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겠죠. 그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종종 있었을 겁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말을 알고 있나요. 바로 지금 이 순간마저도 당신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렇다 해도 서로를 잊는다니, 도대체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걸까요. 당신을 내일이면 모르는 사람인 척 대할 것만 같아요. 그동안 그와 별 탈 없이 지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도대체 왜?
…그러나 대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저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던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차를 마시려 허공에 손을 뻗다 빈 자리를 깨닫고 거둘 뿐이에요. 그는 그저 아까보다 한층 더 가라앉은 표정으로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이윽고 KPC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탐사자. 미안해요, 미처 하지 못한 일이 떠올라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갑자기 불러놓고 떠나서 미안해요. 그동안 즐거웠어요."
그가 떠난 카페에는 잔잔히 흐르는 캐롤만 귓가에 머무릅니다. 떠나가는 그를 뒤따라가도 언제 그리 멀리 간 건지 금세 눈앞에서 사라져 종적을 찾을 수 없어요. 다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KPC는 분명 당신에게 전하려던 말이 있었을 겁니다.
오로지 오늘만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자리를 벗어나려 카페 문을 밀어 여는 탐사자의 발치에 무언가 채입니다. 고개를 내려 살펴보면 KPC의 물건(※KP노트: 버리지 않고, KPC에게 돌려줄 이유가 있을 법한 것으로 해주세요.) 이네요. 꽤 소중히 여기던 걸로 아는데. 그래도 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다시 그와 만날 약속을 잡아봐야겠어요.
3. 그러니 모든 일은 내 책임이에요.
추천 BGM: Johannes Bornlof - Twinkle of the Light
KPC는 당신을 부를 때처럼 갑자기 카페를 나간 뒤로 도통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기분이 상할법도 해요. 오늘따라 제멋대로 구는 KPC로 인해 조금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고선 자신은 태연하잖아요. 태연하진 않았던가요?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가요? 당신에게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멋대로 굴었잖아요.
달그락.
당신의 손끝에, 아까 주운 KPC의 물건이 걸립니다.
그래도 이건 돌려줘야할텐데. …어떻게 할까요, 탐사자. 잘하면 돌려주면서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을 거에요. 적어도 사과는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탐사자 듣기판정.
성공: 점심 시간이어서일까요. 커피를 든 채 왁자지껄 떠들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대화 속 익숙한 이름이 들립니다. “…..야, 그거 들었어? KPC가 갑자기 사표를 썼다던데. 내일부터 안 나온대. 지금 그래서……” 잠깐, 사표요? 일을 그만두나요? 이렇게 갑자기? 실패: 점심 시간이어서일까요. 각자 복도를 지나가며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귀가 따가워 신경이 곤두섭니다. 당신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모두 섞여 머리를 아프게 만들어요. 자연스레 걸음을 빨리하면 익숙한 이름이 그 속에 섞여 들립니다. “KPC가… 사표… 그래서…” |
(※KP 노트: 사내연애가 아닌 경우 다음과 같이 개변해 이야기를 진행해주세요. 본 개변은 예시로, KPC임을 특정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성공: 점심 시간이어서일까요. 당신과 그, 둘이서 걷던 거리에는 왁자지껄 떠들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 속, 귀에 익은 말이 들립니다. “야, 너 아까 (KPC의 복장) 부딪친 자리 멍들었어!” “진짜 아파, 몸이 돌덩이 같았다니까? 나 사과도 못 들었어. 그냥 급하게 뛰어가더라? 잡으려 그랬는데 표정이 큰 일이라도 난 사람처럼 안 좋아서…” 실패: 점심 시간이어서일까요. 캐롤과 간혹 들리는 구세군의 종소리,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탓에 귀가 따가워 신경이 곤두섭니다. 게다가 하필 이 거리는 당신과 그가 자주 같이 걷던 거리잖아요. 웅웅 울리는 듯한 머리에 자연스레 걸음을 빨리하면 그 속, 당신에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야, 방금 카페에서 나가던 사람, 도대체 뭐야? 왜 사과 한 마디도 안 해? 그 사람 부딪치고서 그냥 그대로 뛰어가더라. 그 사람 표정이…” |
"그동안 고마웠어요."
마지막으로 그가 내뱉던 말이 떠오릅니다. 미처 하지 못한 일, 할 말이 있다던 그의 떨리는 목소리, 깨진 찻잔을 가만 내려보던 그의 시선. 오늘로 끝날 우리의 사이,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겠냐는 말. 깨진 찻잔의 갈라진 꽃송이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에게 건네는 작별인사처럼.
손끝에서 구르던 KPC의 물건이 당신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그에게 관심이 없더라도 알 수 있잖아요.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던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거란 사실 말이에요.
탐사자, 내일이면 당신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당신과 그는 아무 일 없듯 예전같이 지내겠지요.
그러니 그의 일은 당신의 일이 아니게 될 겁니다.
상관 없잖아요, 내일 헤어질 사람 쯔음은.
별 일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탐사자.
당신은 아직 친애하는 그의 연인입니다.
비록 그것이 진심으로 시작된 게 아니었을지라도.
탐사자. 그에게 연락하나요?
(※KP노트: 연락하지 않을 경우 END 1. 연락할 경우 하단으로 이어집니다.)
찬 바람이 당신의 뺨을 서늘히 식힙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시린 공기는 손끝을 얼어붙게만 합니다. 뺨에 와닿는 서늘한 바람은 당신의 머리를 스치고, 다시 당신의 어깨를, 비어 있는 당신의 옆으로 흘러갑니다.
거리에 울려퍼지는 캐롤의 종소리가 가만가만 당신의 귓가에 작게 여운을 남깁니다. 곳곳에 피어 있는 나무들에는 따스한 노란빛의 전구가 빛을 발하고 언젠가 그와 함께 들었던 노래가 어느 한켠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갈피 잃고 헤메는 발 따라 추위에 손끝이 곱아들 법도 하건만 따스한 이 계절은 그만큼의 불안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입니다. 평안합니다. 그저 KPC를 어디서도 볼 수 없다는 것 외에는.
탐사자, 당신. 지금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전화를 해보아도, 메세지를 남겨보아도 그는 한 마디 답조차 들려주지 않습니다. 세상 그 어디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치 당신만이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이요.
쌓여가는 부재중 전화와 눈처럼 내려앉는 채팅창의 문자들. 금방이라도 눈이 올 것처럼 흐리고 꿉꿉한 날씨는 복잡한 기분을 더욱 엉키게만 만듭니다. 사람들의 맑은 웃음 소리가 종소리와 뒤엉켜 느릿한 이별의 전주가 됩니다. 올려다 본 회색 하늘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기엔 지나치게 우울합니다. 갈피 잃은 발걸음이 한참을 헤멜 즈음,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창문 너머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입니다. KPC입니다. 흐린 하늘을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네요. 손에는 투명한 액체가 든 작은 병이 들려 있습니다. 그는 곧 그 물약병을 주머니에 넣고 어디론가 걸어갑니다. 실패: 얼핏 창문 너머로 익숙한 인영을 본 것도 같습니다. 헛것을 봤다기엔 지나치게 선명했는걸요. |
창문 너머의 인영을 쫒아가면 뒤쫒아오는 발소리에 앞서 걷던 이가 등을 돌립니다. KPC입니다.
(※KP노트: 탐사자가 KPC를 잡으면 KPC는 탐사자와 간략한 RP를 나눌 수 있습니다. KPC가 나누는 대화의 예시는 아래와 같으며 굵게 표시된 부분은 반드시 전달해주세요. 대화는 KPC의 감정 선택에 따라 가감해 전해주시면 됩니다.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KPC의 선택과 감정은 정해진 바 없지만, 이유와는 상관없이 되도록 물약을 마시겠다 결정해주시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시나리오 작성 시 염두에 둔 KPC를 예로 들면, 물약을 마시지 않기로 결정했고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싶지 않아서 탐사자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물약을 마시기로 했더라도 결국 탐사자를 잊어야 하므로 떠나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탐사자,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나는 내일이면 죽어요."
"믿기지 않죠? 그래서, 당신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꿈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헛소리를 하는 걸지도 모르죠. 그래도 오늘만큼은 탐사자랑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 미안해요. 아무래도, 내 욕심이었나봐."
"우리, 여기서 헤어질까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고마웠어, 작게 속삭이는 당신의 입술이 느린 속도로 시선에 맺힙니다. 지나치는 사람들 속 오로지 KPC의 목소리만이 뚜렷합니다. 쌀쌀한 겨울 바람을 따라 흐트러진 옷소매가, 미처 어깨에 얹히지 않은 목도리가 흔들려 깃발처럼 나부낍니다. 뒤집힌 스노우볼처럼 규칙 없이 얽혀 흐르는 구름들. 그 사이로 회색 빛깔을 머금은 눈송이가 때맞춰 하늘하늘, 당신과 그 사이의 코끝을 간질이며 내려옵니다.
어떤 눈사람은 태양을 사랑해서 그의 곁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그 사랑의 결과로 겨울의 끝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고 말았어요.
그는 마치 녹아내리는 눈사람처럼 당신의 앞에서 투명하게 색이 바래고, 부서지고, 결국엔 흩어집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
웃음 소리?
고개를 돌려보면 당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남자가 보입니다. 단정한 흑발에 그린 듯 선명한 이목구비. 깔끔한 복장, 얇은 입가에는 미소를 즐겁게 그리고 있지만… 불안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서늘한 인상입니다. 그의 손에는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어요.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장미꽃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합니다. 아, 이제 알겠어요. 그가 든 꽃은 아주 섬세하게 조각된 얇은 대리석 꽃입니다. …아닌가요? 다시 보면, 꽃줄기 아래쪽부터 서서히 돌처럼 굳어가고 있네요. 문득, 당신의 머릿속엔 아까 카페에서 본 깨진 찻잔 속 새겨져 있던 꽃이 떠오릅니다. 닮았어요, 저 꽃. 실패: 그의 손에 들린 장미꽃은 시들하고 색이 바래 영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꽃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기도 해요. 저 꽃, 어쩐지 당신이 카페에서 본 찻잔 속 꽃 그림이랑 닮아 있네요. 그나저나, 이 계절에 장미꽃을? |
(※KP 노트: 니알라토텝입니다. 니알라토텝은 KPC를 관찰하던 중, 탐사자에게도 흥미가 생겨 대화를 걸었습니다. 대화의 예시는 다음과 같으며, 적절히 가감해 전달해주세요. 반드시 전해야 할 내용은 붉은색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후 KPC가 전화를 걸기 전까지 KPC는 니알라토텝이 마련한 가상의 공간에서 죽은 듯 잠들어 있게 됩니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KPC를 알아온 존재다." -KPC를 알고 있다?/KPC는 지금 어디로 사라진 건가? "내가 KPC를 이동시켰다. KPC가 죽는 이유는 당신 때문이지 않느냐. 그래서 나는 그가 선택할 수 있게 약간의 마법으로 KPC를 도와주려 한 것 뿐이다." -KPC가 죽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선택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KPC는 당신을 사랑한다. 이건 익숙한 소리가 아닌가? 불멸의 존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필연적으로 죽음에 가까워진다. 그것 때문이다." - KPC를 구할 길이 있나? 구할 방법을 알려달라. /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설명을 더 해달라. "너만 모든 걸 기억하는 건 불공평하니 특별히 선택권을 주겠다. 이 장미꽃잎이 흩날리는 방향으로 따라가라." |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 눈가가 시려옵니다. 바로 지금, 당신의 눈앞에 여태껏 보이지 않던 희고 깔끔한, 딱 당신 체구에 맞을 문이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 열립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장미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당신의 앞길을 장식하듯 흩어져 당신과 문 사이 바닥으로 깔립니다.
어느새 하늘에서 내리던 흐린 눈송이는 멎고, 여전히 하늘은 우중충하게 우리의 머리 위에 먹구름을 드리웁니다.
탐사자, 이것은 아주 오랜 시간을 지나온 이야기가 될 지도 모릅니다.
또는 당신의 가장 가까이에서 숨겨져 왔던 이야기가 되겠죠.
그러나 이 이야기의 주인은 오로지 당신 뿐.
그러니 이야기를 들을 사람도 당신입니다.
4. 내가 당신을 안 잊었으니까.
추천 BGM
도입: 랩소디 - Illusionalism(환상주의)
도서관: Wayne Jones - A Quiet Thought
공원: 시즈코 모리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교차로: Meego - Moonmap
내딛는 발끝을 따라 수면이 작게 일렁입니다. 숨을 내뱉는 순간 당신의 입가에서부터 서리가 맺혀 바닥에 소리없이 쌓입니다. 당신을 받치고 선 물로 된 땅은 형태의 일그러짐 없이 단단합니다. 당신이 지나온 거리를 닮은 이 곳은, 모든 것이 물결과 눈, 그리고 서리로 빚어진 곳. 흰 주단이 드리운 이 곳에는 이방인의 두 발자국 만이 기록됩니다.
고개를 돌리면 수십 개의 세편에 비친 당신들과 시선이 마주합니다. 아무런 적의도 없이 당신을 동그랗게 쳐다보는 시선들은 곧 반달처럼 휘어지며 눈앞에서 산란하는 빛에 가리우고 맙니다. 깨어지는 햇살을 닮아 울리는 종소리는 근원을 찾을 수 없고, 낭랑한 겨울의 웃음 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불어와 텅 빈 거리를 휘감고 사라집니다.
이 곳은, 겨울입니다. 희고 투명한 정적 위에 당신 홀로 서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당신이 건너온 문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습니다. 붉은 장미꽃 바람은 넘실넘실 불어 길 곳곳으로 흩어집니다.
길가에 채이는 돌맹이 하나까지 당신과 그가 나란히 걷던 거리의 정경을 닮은 이 곳. 이 곳에는 어떠한 빛도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쓸쓸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찰랑이며 아래로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는 물결로 된 벽면, 종유석처럼 자라난 얼음 나무들에, 과실처럼 그 끝에 맺힌 고드름에 반사되는 빛이 도시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까지 비춰내고 있습니다. 그 빛의 온기가 생명 하나 없는데도 불구하고 외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고개를 내리면 붉은 장미 꽃잎이 길을 알리듯 점점이 흩어져 앞에 떨어져 있습니다. 눈앞에는 수정으로 된 이정표가 보이네요. 이정표에는 음각으로 기억의 도시, 재회의 노을, 연결의 다리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어디부터 향할까요?
(※KP 노트: 순서대로 도서관, 공원, 교차로입니다. 이 중 교차로를 가장 늦게 갈 수 있도록 권장해주세요. 교차로에는 시간을 ‘건너’ 갈 수 있는 시간의 관문이 열려 있습니다.)
기억의 도시(도서관)
이 곳은 KPC의 모든 기억들이 기록된 도서관입니다. 기억의 도시라니, 제법 직관적인 이름이네요. 그러나 한 사람의 기억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요. 기억보다는 역사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따스한 노을 빛을 내며 빛나는 오색 찬란한 샹들리에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간혹 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불길은 어디서도 일지 않습니다. 벽면에는 서가가 세워져 있지 않은 곳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구석에는 당신의 추위를 덜기 위한 따스한 차 한 잔이 몇 가지의 소소한 물건들과 같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습니다.
아, 다시 보니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건 모두 KPC의 손때가 묻어 있잖아요. KPC가 좋아하는 차이기도 하네요. 몇 모금 마신 흔적이 남아 있어요.
탐사자, 당신. 여기서 뭘 하고 싶나요? 저 테이블에 앉아 KPC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생각할 수도 있고, 서너 개의 서재에 가득한 책들을 하나쯤 꺼내 읽어도 적합할 겁니다.
서가 1, 2, 3, 4
길게 늘어진 서가에는 두께도, 높이도 제각각인 책들이 적어도 당신의 키 두 배 만큼은 꽂혀 있습니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라틴어… 다양한 언어들로 된 책들은 표지가 삭아 모두 색이 바라고, 오래되어 낡은 티가 납니다. 탐사자, 자료조사판정.
(※KP노트: 이하 1, 2 상관 없이 순차적으로 어디서 뽑던 해당 핸드아웃을 제공해주세요.)
핸드아웃 1
『Έρωτας και Ψυχή』. 그리스어로 적힌 제목의 책이 손 끝에 걸립니다. 『에로스와 프쉬케』라고도 번역되던가요? 익숙한 이름이네요. 표면에는 불이 붙은 초와 작은 물약이 든 병을 손에 쥔 남성/여성(※KP 노트: KPC의 외형적 성별로 해주세요.)이 그려져 있어요. 그의 주변으로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책가름실이 끼워진 페이지를 펼치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프쉬케, 가엾은 프쉬케. 너는 괴물에게 속아 눈도, 귀도 모두 멀고 말았구나. 자, 이 진실의 물약을 괴물에게 먹이고 달빛이 비치는 밤에 그의 잠든 얼굴을 초로 비춰 살펴보렴. 프쉬케, 아직도 네 사랑스러운 그 이가 달콤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라고 생각하니? 사랑은 속임수란다. 사랑은 의심해야만 한단다. 너의 헌신적이고 사랑스러운 그 이는 인간이 아니라 실은 악마일 것이란다.” 프쉬케의 두 언니는 프쉬케의 손에 투명한 물약병과 날카로운 황금 칼을 쥐여주며 속삭였다. 그들의 눈에 담긴 시기와 질투를 프쉬케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이 물약은 본래의 모습을 보여준단다. 자, 죽여. 프쉬케, 그 괴물을 죽여 영웅이 되렴. 그 괴물은 널 사랑하는 게 아니야. 널 잡아먹으려 하는 거야.” ’
프쉬케의 두 언니가 프쉬케를 시기해 진실을 알아볼 것을 권하는 장면이네요. 뒤이어지는 내용은 당신이 알고 있는 전설 그대로입니다. 프쉬케는 사랑하는 이를 의심하고, 그에게 물약을 먹여서, 달빛 아래 잠든 얼굴을 촛불에 비춰 확인하다 그만……. 그렇지만, 탐사자, 추가 지능판정.
성공: 프쉬케는 두 언니에게 물약을 받은 적이 없잖아요? 게다가 사랑하는 이를 죽이라니, 그런 조언이 어디 있겠어요. 이 책의 내용은 당신이 아는 것과 조금 다른데요. 저 물약 병,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실패: 프쉬케의 두 언니가 한 말은 옳았을지도 모릅니다. 에로스가 정말 프쉬케를 사랑했다면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요? 결국 프쉬케는 아프로디테의 술수에 넘어가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잖아요. |
핸드아웃 2
이번에는 『세계고전민담』이라는 제목의 책이 손에 잡힙니다. 표지에는 노란 프리지아 꽃이 만개한 가운데 남성/여성(KPC의 외형적 성별)이 서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지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져 온다. 옛날, 나르키소스를 사랑한 프리지아라는 님프가 있었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매일같이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되뇌이기만 했다. 프리지아는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으나, 그는 매우 내성적이었으므로 사랑을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아 늘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나르키소스가 결국 호수에 빠져 죽은 뒤 프리지아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그가 뛰어든 호수에 같이 뛰어들어 죽었다. 이후 프리지아가 죽은 곳에는 한 송이 꽃이 피었으며, 그의 사랑이 깃들어 꽃말은 ‘차분한 사랑’과 ‘영원한 우정’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꽃이 되다니, 슬픈 전설이네요.
핸드아웃 3
어떤 책을 읽을까요. 고민하며 책장을 살피는 탐사자의 시선에 제대로 꽂히지 않아 툭 튀어나온 책이 보입니다. 책등이 닳아 제목을 알아볼 수 없지만 아마도 소설책인 것 같습니다. 펼쳐 읽어보면 빽빽한 글씨들 속 밑줄이 쳐진 문단 하나가 있습니다.
‘불멸자에게 가장 강력한 독은 외로움이야. 그는 제 딱딱하게 굳어가는 피부를 보며 생각했다. 차라리 지금 죽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거라고. 언제나 신의 사랑을 받는 건 저였고, 떠나가는 이는 그들이였으므로. 불완전한 태생을 타고난 불멸자는 한 마디씩 더 굳어가는 손끝으로 외로움을 직시해야 했다. 그는 매일 밤 노을이 질 때마다, 밤하늘에 떠오르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부디, 제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해주세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면, 차라리 죽는 방법도 가르쳐주세요. 그들은 죽음으로 저를 잊지만, 저는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영원히 외로움과 벗 삼을 테니.’
핸드아웃 4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책장에는 책 대신 작은 영화 DVD가 놓여 있습니다. 이름은 지워져 알 수 없지만, 겉표지에는 동굴 같기도, 폐허 같기도 한 나무 덩굴 사이 작은 소녀 하나가 서 있네요. (※KP노트: 영화 <판의 미로>를 응용한 장면입니다. 해당 영화를 보지 않은 분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작품명을 가립니다.)
DVD를 펼치면 영화의 한 장면이 재생됩니다.
한 소녀가 무겁고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곳에는 괴물이 진수성찬을 앞에 둔 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앙상한 나체의 몸과 흉측하게 늘어진 피부, 두 눈이 없이 큰 입만 있는 얼굴. 괴물의 주변에는 아이들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그려진 벽화와 수많은 아이들의 신발과 옷무더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녀는 돌벽을 열어 황금 단도를 챙기고 돌아서지만, 그만 작은 포도알 두 개를 탐내 괴물에게 들키고 맙니다. 그러나 소녀는 놀라 괴물에게 단도를 휘두르고, 괴물은 황금 단도에 닿는 순간 기괴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녹아 사라집니다.
이거, 아동용 영화라기엔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황금 단도에 베여 쓰러지는 괴물이 너무 생생하잖아요?
벽면
서가 틈 사이마다 단색 나무 액자에 고전적인 화풍의 작은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도서관을 장식하기 위해 걸어둔 모양이네요. 섬세한 붓질이 얼핏 봐도 매우 뛰어납니다. 동화 속 한 장면들을 그린 그림들은 아주 오래된 듯 나무 액자 테두리가 손때가 타 반질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탐사자, 지능판정.
성공: 가장 가까운 그림의 제목이 눈에 띄입니다. 백설공주가 마녀에게 속아 사과를 받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 다음 그려진 그림은 오로라 공주가 마녀가 놓고 간 물레에 찔려 잠드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인어공주가 우르슬라와 거래하는 장면, 마녀의 술수에 넘어가 라푼젤의 잘린 머리카락을 잡고 성 안으로 올라가는 왕자. 모든 그림이 마녀에게 속아 넘어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어요. 마녀는 흑단 같은 검은 머리에, 로브를 뒤집어 쓰고 음산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얼굴이 가려져 있는데, 왜 저 마녀의 얼굴이 신경쓰일까요. 실패: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인어공주』. 낯익은 동화 속 장면들이 그려져 있네요. 동화 속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하죠. 마녀는 공주를 괴롭히고, 공주는 왕자에게 구해진다. 그렇다면 가장 절정인 부분은 공주가 마녀에게 속아넘어가는 내용일 겁니다. 그러니 이 곳의 모든 그림이 마녀에게 속아 넘어가는 장면인 건 당연하죠. |
테이블
KPC가 오고 간 걸까요. 온기가 아직 남은 작은 테이블은 동그란 모양의 투명한 얼음판과 섬세한 도리스식 조각이 된 받침기둥 하나로 된 형태입니다. 뒤에는 깔끔한 베이지 단색의 철 의자가 놓여 있네요.
그런데 KPC가 원래 이렇게 지저분한 사람이었던가요? 테이블 위가 온통 엉망이네요. 마시다 만 찻잔에, 굴러다니는 펜과 노트, 그리고 구겨진 종이들이 한가득이잖아요. 투명한 액체가 든 병도 모서리에 아슬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자칫하면 떨어지겠어요. 이런 곳에서 뭘 할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히 정리라도 해주는 건 어때요?
찻잔
테이블 위 찻잔에는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카푸치노(※KP 노트: KPC가 좋아하는 메뉴로 해주세요.)가 남아 있습니다.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혀요. 이 잔, 아주 오래된 잔이네요. 겉보기에도 상당히 낡은 티가 납니다. 잔 표면에는 작게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어요. 「과거를 기억 못 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잔에는 로벨리아와 석산이 그려져 있네요. 탐사자, 지능판정.
성공: 로벨리아의 꽃말은 ‘시들지 않는 사랑’, ‘불신’, ‘악의’. 석산의 꽃말은 ‘슬픈 추억, 잃어버린 기억,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죠. 그저 장식용이라기엔 그려진 꽃을 잘못 택한 것 같네요. 꽃말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요. 실패: 석산의 꽃말이 뭐였더라? 굉장히 슬픈 전설이 얽혀 있다는 건 기억납니다. 어느 스님이 세속의 사람을 사랑해 상사병으로 앓다 죽어 피어난 꽃이잖아요. 그래서 아마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죠. |
펜과 노트
노트 위에는 KPC의 필체가 가득합니다. 아마도 KPC는 종종 여기서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메모해두었던 것 같아요. 줄 없는 노트 위 드문 드문 적힌 글씨 속 가장 아래에 적힌 문장이 보입니다.
‘…나는 젊지만, 삶에 그리 집착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잃어버리게 되는 슬픔 보다는 그 짐승에게 먹히는 것이 더 나아요.’
『미녀와 야수』의 일부네요.
구겨진 종이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다시 지우고. 구겨진 종이들은 하나같이 몇 마디 적지도 못한 채 끝을 펜으로 죽죽 그은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제법 힘들여 쓴 문장들인지, 혹은 고심한 문장들인지 하나같이 꾹꾹 세게 눌린 펜자국이 남아 있어요. 그 중 하나를 들어 살펴보면,
‘…나는, 당신을 잊고서도 살 수 있을까요? 내게 당신은…’
‘…내게 태양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겠죠. 당신이랑 있을 때면 행복했어요. 왜냐하면…’
‘사실은 나, 크리스마스에 당신과…’
쓰는 이, KPC. 받는 이, 탐사자.
이 완결되지 못한 모든 문장들은 당신에게 전하려던 편지들이었네요.
투명한 병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은 외곽에 나비와 아름다운 장미꽃덤불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한켠에는 '행복해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네요. 그 고풍스러운 생김새가 옛 소설에나 나올 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어서 확인해보아도 향은 없지만, 물은 아닌 듯 보여요.
(※KP 노트: 병에 담긴 액체는 경동맥독소입니다. 탐사자가 마시려 하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마실 경우 창작엔딩입니다. 파이팅!)
열어서 확인할 경우, 탐사자 민첩판정.
성공: 잘 열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된 마개가 열리며 병 안쪽 내용물이 흔들려 넘칩니다. 흘러내리는 액체가 탐사자의 손을 넘어 테이블 위에 떨어지면, ……지금 당신이 본 게 무엇인가요? 액체가 닿은 곳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고 돌처럼 딱딱해져서 곧 용암이 끓듯 거품이 흘러넘쳐 커다란 구멍이 뚫립니다. 여전히 병 안의 내용물은 투명하고, 맑고, 평범해보이지만요. 이 약, 도대체 뭘로 만들어진 거죠? 탐사자, 이성판정.(0/1) 실패: 잘 열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된 마개가 열리며 병 안쪽 내용물이 흔들려 넘칩니다. 흘러내리는 액체가 탐사자의 손에 흘러넘치면 끔찍한 고통과 함께 당신은 병을 실수로 놓치고 맙니다.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에요. 탐사자, 체력 -1. 손을 부여잡고 병을 떨어트린 테이블 위를 바라보면, ……지금 당신이 본 게 무엇인가요? 액체가 닿은 곳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고 돌처럼 딱딱해져서 곧 용암이 끓듯 거품이 흘러넘쳐 커다란 구멍이 뚫립니다. 여전히 병 안의 내용물은 투명하고, 맑고, 평범해보이지만요. 이 약, 도대체 뭘로 만들어진 거죠? 탐사자, 이성판정.(1/2) |
(※KP노트: 모든 조사구역이 완료되면 하단의 내용을 출력해주세요.)
도서관 구석진 곳
부스럭, 당신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도서관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바람을 타고 안쪽까지 날아든 장미꽃잎 한 장이 바닥에 가볍게 내리앉습니다. 그와 동시에 유리가 부딪치듯 맑은 소리가 귓가에 들려 고개를 돌리면,
“아야!”
우당탕, 서재에 쌓여 있는 책무더기가 넘어지고 그 아래 주저앉아 있는 KPC의 모습이 보입니다. KPC?
(※ KP 노트: 로이고르의 주술에 걸리기 전 평범한 인간이던 KPC의 환영입니다. 이 환영은 과거 KPC가 로이고르의 저주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순간이며 탐사자를 눈치채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바닥에 주저앉은 KPC는 머리에 얹힌 책을 들고서는 그 책이 부딪친 이마를 문지릅니다. 새빨개졌네요, 제법 아파보여요. 그는 손에 든 책을 입으로 중얼거리며 읽습니다. 책 표지의 글씨는 온통 번져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요.
“…신의 손길은 슬프고 괴롭다. 신이 우리를 사랑해 시련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의 사랑을 받은 자들은 슬퍼하고, 생기를 잃으며, 외로워하고, 결국 신의 부름에 답해 신의 품으로 ‘귀환’한다. 귀환한 사람들은 다시는 마을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마을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신의 부름에 응답한 것이라 믿는다.”
신? 실종?
KPC는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책을 한참이나 말없이 읽다, 책을 덮어 팔에 끼우고 중얼거립니다.
“…다시 찾아보자.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다들 마을로 돌아오게 될 거야. 내가 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쏟아진 책들을 쌓아 들고 서재 벽을 통과해 사라집니다.
재회의 노을(공원)
오솔길처럼 좁고 평탄한 숲길을 조금 걸어가면, 붉은 노을이 드리운 공원과 마주합니다. 하늘은 색색의 비단을 겹친 듯 구름 사이로 끄트머리가 푸르게 물들어가고 있어요. 흩날리는 눈발이 나무 위에 사삭, 나뭇잎 흩어지는 소리를 내며 쌓이는 소리가 들릴 뿐입니다. 원형의 공원 가운데에는 쏟아져야 할 분수가 물을 뿜던 그대로 얼어붙어 있고, 드문드문 놓인 벤치 옆에 세워진 가로등에는 노란 노을빛이 비쳐,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여요.
분명 당신과 함께였는데. 느즈막한 저녁에 같이 걸었던 곳이잖아요.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길에 채이는 낙엽을 밟으며. 그러나 이제는 오롯이 당신 혼자 뿐인 공원은 지나치게 조용하고, 지나치게 평온합니다. 백색의 종이에 당신이라는 점 하나만 찍힌 책은 외롭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라도 말을 건네면 대답을 속삭여줄까요. 듣고싶은 바람을 중얼거리면 누군가 그 속삭임을 읽고 나타나주기라도 할까요. 시린 손끝은 붉게 물들고, 당신의 코끝도 조금 더 차게 굳습니다. 탐사자, 관찰 판정.
(※KP 노트: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저주에 걸리기 전인 KPC의 모습/탐사자와 KPC의 데이트 순간입니다. 데이트 순간의 예시 지문은 작성해두었으나, 탁에 맞추어 변경해주세요.)
성공: 어디선가 포근한 향이 바람에 실려 맡아집니다. 시야 끝에 노을처럼 붉게 물든 꽃잎이 흩날립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추위에 굳은 몸을 녹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곳에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탐사자, KPC. 그리고… KPC? 자세히 보니, 두 명의 KPC는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보입니다. 한 명은 당신이 자주 본 차림새를 하고 있지만 다른 한 명은 제법 오래된 코트와 예스러운 셔츠, 그리고 품에 제목이 다 번져 읽을 수 없는 책을 하나 들고 있네요. 두 명의 KPC는 서로가 보이지 않는 듯, 자연스레 서로를 통과해 엇갈립니다. 한 사람은 벤치에 앉고, 다른 한 사람은 당신의 모습을 한 환상에 다가가요. KPC를 보며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제법 밝고 즐거워보여요. 그리고 KPC 역시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네요. 두 사람 사이에 농담과 작은 노랫소리가 오고 가면 투명한 웃음 소리가 공원을 메웁니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바로 며칠 전 그와 당신의 모습이잖아요. 당신의 웃는 얼굴을 가만 지켜보는 KPC의 시선은 따스합니다. 그의 눈매가 호선을 지으며 웃음기를 머금어요. “탐사자.” 그는 이윽고 당신의 이름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당신에게 건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요. 저 날 당신에게 건넨 건 (※KP 노트: KPC가 줬을 법한 선물입니다.)이었으니까요. 당신이 떠올라 준비한 선물인데, 적절한 타이밍을 고민했다며 당신의 표정을 살피곤 뒤늦게 웃던 모습이 기억나나요? 그 선물이 뭐라고 그렇게 긴장했는지 모르겠지만요. 벤치에 앉은 KPC는 아까부터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품에 안은 책이 소중한지 도통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는 한숨만 작게 몇 번을 내쉬다,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립니다. “역시 그 동굴에 가봐야만 해. 사라진 사람들을 찾으려면 그 방법 뿐이야. 다들 사라지잖아. 슬퍼하잖아. …내가 할 수 있을까?” “…해야만 해. 그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가보자.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동굴이라니, 어딜 가는 걸까요.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지 못하고 침묵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달려갑니다. 쫒아가도 어느새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어요. 실패: 어디선가 은은하게, 포근한 향이 바람에 실려 맡아집니다. 시야 끝에 노을처럼 붉게 물든 꽃잎이 흩날립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추위에 굳은 몸을 녹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곳에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탐사자와 KPC네요. KPC를 보며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제법 밝고 즐거워보여요. 그리고 KPC 역시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네요. 두 사람 사이에 농담과 작은 노랫소리가 오고 가면 투명한 웃음 소리가 공원을 메웁니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바로 며칠 전 그와 당신의 모습이잖아요. 당신의 웃는 얼굴을 가만 지켜보는 KPC의 시선은 따스합니다. 그의 눈매가 호선을 지으며 웃음기를 머금어요. “탐사자.” 그는 이윽고 당신의 이름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당신에게 건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요. 저 날 당신에게 건넨 건 (※KP 노트: KPC가 줬을 법한 선물입니다.)이었으니까요. 당신이 떠올라 준비한 선물인데, 적절한 타이밍을 고민했다며 당신의 표정을 살피곤 뒤늦게 웃던 모습이 기억나나요? 그 선물이 뭐라고 그렇게 긴장했는지 모르겠지만요. |
연결의 다리(교차로)
어느새 노을 진 하늘은 어둑어둑하게 물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밤을 닮아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하늘한 구름이 우리를 뒤로 하고 멀어지며 저 멀리 지평선 가까이에는 별들과… 목성이 떠 있네요. 달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커다랗고 고요한 목성이 밤하늘의 절반을 가리도록 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목성의 대적점이 소용돌이치며 모양을 바꾸는 옆에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가 북극성 대신 하늘에 떠 빛나고 있습니다.
사람 하나 없는 교차로에는 스산한 바람이 붑니다. 당신이 선 횡단보도의 반대편에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희고, 아무런 때가 타지 않은. 거리에 저 홀로 우뚝 서 있는 문 하나.
그 문을 열기 위해 발을 내딛을 때, 탐사자, 민첩판정.
성공: 내딛는 발이 균형을 잃고 무너집니다. 얼음이 녹듯 단단했던 표면이 순식간에 형태를 잃으면, 공중에 떠오르는 몸은 간신히 균형을 잡습니다. 천천히, 중력 없는 우주를 걷듯 아래로 추락하는 몸은 가볍습니다. 실패: 내딛는 발이 균형을 잃고 무너집니다. 당신의 발끝을 감싸는 물결과,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리는 몸이 그대로 아래로 추락합니다. 얼음이 녹듯 단단했던 표면이 순식간에 형태를 잃는 탓에 발목을 접질리면 시큰한 통증이 느껴져요. 탐사자, 체력 -1. |
빠르게 시간이 번지듯 주변의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면 당신은 어느덧 우주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검고, 검어서 도저히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공간, 그 속 당신의 발 아래로 빛나는 별들. 우주 여행을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중력 없이 붕 뜨는 몸은 조금도 앞으로 향하지 못하고, 위와 아래가 어디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의 옆에서 따스한 온기가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디딜 것 없던 발에 단단한 힘이 실립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KPC입니다. 그는 작게 웃으며 추락하는 당신을 이끌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중력 없는 걸음걸이는 우주를 유영하듯 우아하고 느릿합니다.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손을 잡은 자세대로,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 우리는 빙글, 춤을 추듯 텅 빈 허공을 건넙니다. 두 사람이 딛은 곳에 빛나는 별들이 선으로 따라 이어져 별자리가 되어 지나온 흔적으로 남습니다.
“이 곳은 당신이 홀로 걷기에 위험하니까.”
“잡아줄게요, 날 따라와요.”
(※KP 노트: 니알라가 만든 KPC의 환영이자, KPC의 기억 일부입니다. 잠시간의 대화가 가능하지만 길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당신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은하수가 비쳐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호의가, 능청맞은 웃음기가 어려 있습니다. 그 어떤 질문에도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는 그가 얄미울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그저 웃어보일 뿐입니다. 가벼운 발걸음이 횡단보도의 건너편을 딛을 때 당신의 손 끝에 흰 문의 손잡이가 닿습니다. 자연스레 두 눈이 감기고, 뜨일 때.
“탐사자씨.”
그가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며 환하게 빛나 조각납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수많은 빛의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우주는 다시 당신이 기억하는 도시로 돌아옵니다. 장막을 걷듯 빠르게 스며들어 사라지는 어둠과 그 속에 환하게 빛나는 KPC의 흔적.
다시 홀로 남은 당신.
그가 서 있던 자리에서 작은 쪽지 하나가 떨어져 발에 밟힙니다. 소복히 쌓인 붉은 장미꽃잎 위 얹힌 익숙한 필체. KPC의 글씨입니다.
‘사랑하게 되어버렸어. 나는 이제 어떡하지?’
5. 소중했거든요. 당신도, 당신과의 시간도.
추천 BGM: Johannes Bornlo - Their First Time (From "Handmaid's Tale")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방 안, 아늑한 온기와 벽난로가 타닥, 타닥 타들어가는 소리가 당신을 반깁니다. 시리고 추운 한기에 곱아들었던 손이 녹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은은하게 비치는 노란 벽난로의 불길이 비치지만, 주변은 불이 켜진 곳 하나 없이 어둑합니다.
잘 정리된 집안은 깔끔하고 온화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조금 소름이 돋아요. 벽면에는 사람 크기만한 커다란 조각상들이 줄줄이 세워져 있고, 곳곳에 놓인 원목으로 된 가구들이 차분한 윤기를 머금고 있어요.
당신의 가장 가까이에 놓인 작은 1인용 테이블에는 미미한 향을 품은 프리지아 꽃 한 송이가 꽃병에 담겨 있습니다.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등불도 꽃병 옆에 놓여 있어요.
(※KP 노트: 탐사자가 조각상을 살피고자 할 경우, 판정 없이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해주세요.)
끔찍한 취향입니다. 누가 이렇게 고통받은 표정의 사람을 조각해 전시하는 취미를 가진 걸까요? 게다가 전부 KPC를 닮았잖아요. 꼭 메두사를 보고 순식간에 굳어버린 것처럼. 석고로 된 조각상은 모두 제각기 다르게 표정이 일그러지고 불안에 차 있습니다. 아주 섬세한 실력으로 조각된 이 석고상들은 너무나도 실감나서 금방이라도 사람처럼 움직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기분이 나빠 시선을 돌리면…… 방금 저 조각상, 눈이 움직이지 않았나요? 당신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았어요?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조각상의 시선은 분명히 아까와 다릅니다. 이 조각들, 살아 있어요. 탐사자, 이성판정(0/1).
작은 인기척이 안쪽에서 들려옵니다. 누굴까요. 설마, KPC? 이번에도?
그 인기척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환하게 빛나는 샹들리에 조명이 당신의 머리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까의 방보다 조금 큰 방은 여전히 따스하고 온화해보이지만 곳곳에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들이 걸려 있습니다. 전자식 시계, 자동 시계, 태엽 시계. 시대와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뒤섞인 시계들은 모두 멈춘 시간도 제각각이고, 하나도 맞는 게 없네요.
은실로 꽃과 덩굴이 수놓아진 베이지 색의 깔끔한 벽지는 당신의 근처서부터 저 벽면 끝으로 갈 수록 흰 색의, 아무런 무늬도 눈에 띄지 않은 다 낡은 모습으로 색이 바래고 해진 게 보여요.
이 곳은 깔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 수록 뒤죽박죽, 온통 엉켜 있습니다. 섬세하게 유리와 은으로 세공된, 그러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이한 모양의 파충류를 닮은 조각상. 그 조각상을 받치고 있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현대식의 깔끔한 철제 장식장. 그 곳을 가득 메운 칼, 총, 붉은 장미, 로즈마리, 프리지아, 이름과 출처를 알 수 없는 낯설고 기괴하게 생긴 짐승들의 신체 일부들.
그 옆에 벽 한 켠을 가득 메운 커다란 크기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검고, 푸르고, 미미하게 보랏빛이 감돌며 별들이 영롱히 빛나는 맑은 밤하늘. 그리고,
“…무서워, 나는, 더 이상 악몽을……”
커다랗고 동그란 거울 속 자신과 눈 마주치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KPC.
“모두가 날 잊어버리고 있어.”
벽면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KPC.
“나는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할까. 모두가 날 두고 죽어버리면, 그땐 나는……”
손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단도를 들고, 테이블 앞 우두커니 서서 창백한 낯으로 칼을 바라보고 있는 초췌한 낯의 KPC.
“…포기하고싶지 않아.”
구석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은 채 당신의 사진을 손에 움켜쥐고 있는 KPC.
KPC들이 모여 있습니다.
탐사자는 벽지, 장식장, 그리고 KPC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벽지
꽃과 덩굴이 은실로 수놓아진 벽지는 제법 고급스러워보입니다. 새겨져 있는 꽃은 장미 꽃이네요. 색이 칠해지지 않았지만, 그 형태로 알 수 있습니다. 꽃과 덩굴이 서로 얽혀, 당신이 서 있는 방의 입구서부터 저 반대편으로 뻗어나가는 형태예요. 드문 드문 꽃들 사이 작은 그림 같은 자수가 놓여 있습니다. 그렇지만,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어쩐지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야 꽃과 덩굴이 아니라, 꽃‘을’ 옥죄고 있는 덩굴이잖아요. 가시가 잔뜩 돋혀 얽혀 있는 덩굴의 모양새는 꽃과 이어지기보다 꽃 주변을 빈틈 없이 얽고 휘감은 듯한 모양새입니다. 덩굴 곳곳에 그려진 작은 그림 같은 자수들은… KPC. 그와 닮았네요. 그림은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집니다. 수많은 KPC들이 덩굴에 휘감겨 괴로워하고 있고, 처참하게 일그러져 몸이 부서지고, 끊어지고, 절단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형체도 남지 않은 작은 조각들로 파편화되면 어느 남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나면 다시 KPC는 덩굴에 휘감겨 괴로워합니다. ……도대체 이건 무슨 그림이죠? 저 남자, 왜 KPC 사이 새겨져 있는 거죠? 실패: 어쩐지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야 꽃과 덩굴이 아니라, 꽃‘을’ 옥죄고 있는 덩굴이잖아요. 가시가 잔뜩 돋혀 얽혀 있는 덩굴의 모양새는 꽃과 이어지기보다 꽃 주변을 빈틈 없이 얽고 휘감은 듯한 모양새입니다. 덩굴 곳곳에 그려진 작은 그림 같은 자수들은… KPC. 그와 닮았네요. 수많은 KPC들이 덩굴에 휘감겨 괴로워하고 있고, 처참하게 일그러져 몸이 부서지고, 끊어지고, 절단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죽어가면서도 평온해보입니다. 죽음만이 그들을 구원할 방법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죽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라니. 모순적입니다만… 저 평온한 얼굴에서 어쩐지 눈을 떼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림을 오래 보고 있기 불편하네요. |
(※KP 노트: 만일 조각상을 살피고 온 뒤 이 벽지를 추가적으로 관찰할 시 조각상의 모습과 벽지 위 그림이 같다는 사실을 전달해주세요. 단, KP가 먼저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장식장
고전적인 모습의 방 안과 달리, 가슴께 즈음 닿을 듯한 장식장은 당신이 살던 시대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깔끔하게 잘 마감된 철제의 은색 기둥은 서늘한 기분이 들고, 그 모서리가 제법 날카로워서 금방이라도 베일 것 같아요. 장식장의 가장 윗칸에는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묘한 느낌의 유리와 은으로 된 작은 조각상이 올려져 있고, 그 아래 두어 칸에는 갖가지 처음 보는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습니다.
조각상
은으로 된 몸체 곳곳에 비늘처럼 유리 조각이 심겨진 동상입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런 동물을 본 기억은 없어요. 당신이 아는 한, 이런 종류의 짐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겨진 짐승의 모양새는 마치 파충류라기보다는 공룡이나 외계인의 상상도를 닮은 것도 같네요. 긴 몸통을 가진 짐승의 작은 대가리에는 눈이 없고 등을 따라 뾰족하게 돌기 같은 것이 돋아 있습니다. 피부는 돌이 굳은 듯 단단하고 갈라져 있으며, 길고 날카로운 꼬리는 꼬리라기보다 촉수에 가까워 보여요. 벌어진 입에는 뾰족한 이빨이 입안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불쾌해요. 기분 나빠요. 분명 눈이 없는데도, 이 동상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짐승의 대가리를 똑바로 마주하면, 문득, 당신의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강한 통증과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슬픔에 빠진 탐사자, 이성판정.(0/1)
장식장
총 네 칸으로 된 장식장 중 무언가 쓰이거나 놓인 흔적이 있는 것은 고작 두어 칸입니다. 곳곳에 채워진 물건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죽일 만한 도구거나, 이미 죽은 짐승의 시체 조각들이네요. 오래되고 낡은 칼과 둔기, 총, 낡은 노끈 사이 사이 조문하듯 장미, 프리지아, 로즈마리와 같은 꽃과 풀들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놓여 있습니다.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이 곳의 모든 무기들, 사용한 흔적이 보여요. 칼에는 피가 묻어 녹슬고 이가 빠져 있고, 낡은 노끈은 고리가 매듭지어져 쓸린 흔적이 보입니다. 총은 탄창이 모두 비어 있지만, 방아쇠를 얼마나 당긴 건지 손가락을 얹는 면이 반질하게 닳아 있어요. 탐사자는 그 물건들 속 피에 젖어 찢어진 종이 한 조각을 발견합니다. 얼룩진 피가 검게 물들어 있고, 휘갈기듯 쓰여져 자세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분명 KPC의 필체입니다. 종이는 쓰던 문장 일부분을 찢은 듯 내용이 뚝 끊겨 있어요. ‘깨어나기 전 난 뭘 하고 있었지? 기억이 흐릿해,아무리 죽으려 노력해도 결국 살아나. 시간은 흐르는데, 숨이 끊긴 건 분명했는데……’ 실패: 이 곳의 모든 무기들, 사용한 흔적이 보여요. 칼에는 피가 묻어 녹슬고 이가 빠져 있고, 낡은 노끈은 고리가 매듭지어져 쓸린 흔적이 보입니다. 총은 탄창이 모두 비어 있지만, 방아쇠를 얼마나 당긴 건지 손가락을 얹는 면이 반질하게 닳아 있어요. ……도대체 누구에게 쓰인 거죠? KPC는 도대체 이런 물건을 왜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 곳, KPC의 집이 맞나요? 속이 울렁거립니다. 탐사자, 이성판정.(0/1) |
KPC
(※KP 노트: 이 곳의 KPC는 모두 환영이므로 만지거나 닿을 수 없습니다. 만지려 시도한다면 홀로그램을 만지듯 탐사자의 손이 KPC를 뚫고 통과해버립니다.)
거울 앞 KPC
거울 앞에 보이는 그는 당신이 도서관에서 보았던 그 모습과 비슷하네요. 그러나 그 때와 같은 사람이라고 쉬이 생각되지 않을 만큼 달라보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사람이 확연히 달라져 있어요.
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KPC의 중얼거림은 듣고 있기만 해도 괴로워집니다. 저렇게 겁에 질려 두려워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창백하게 질려 희어진 낯은 핏기 하나 없이 메말라 있고, 며칠 밤을 샌 듯 눈은 움푹 꺼져 눈밑이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몸은 작게 덜덜 떨리고 있어요. 그는 당신이 곁에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하고 같은 말을 중얼거립니다. 탐사자, 듣기 판정.
성공: “그 괴물이 나를 봤어, 그 괴물이 내게 손뻗었어, 꿈에서 쫒아오고 있어, 자꾸 가까워지고 있어. 어떻게 도망쳐야 하지? 도망칠 길이 없잖아, 날 죽일 거야, 힘들어, 무서워,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어……” KPC는 무언가에 쫒기고 있는 듯 이성을 잃고 계속 중얼거립니다. 한눈에 보아도 제대로 된 상태는 아니에요.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으면 짧은 단어 하나가 당신의 주목을 끕니다. “…그 동굴에 가는 게 아니었어. 사람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어. 저주받은 거야. 사람들도, 나도. 그럼 나는 그 사람들처럼……” 저주? 실패: KPC의 중얼거림을 듣기 괴로워서일까요. 아니면 그가 이성을 잃고 무언가에 쫒기고 있는 듯 계속 중얼거려서일까요. 그의 발음은 뭉개지고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워, 드문드문 들립니다. “…꿈에서 나를 쫒아오고 있어, 자꾸 가까워지고 있어… 도망칠 길이 없잖아, 날 죽일 거야,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어……” 한눈에 보아도 그가 제정신이 아니란 건 알겠어요. 무엇이 쫒아오길래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요. 그를 죽인다니, 무엇이 그를 죽이나요?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으면 짧은 단어 하나가 당신의 주목을 끕니다. “…사람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어. 저주받은 거야. 사람들도, 나도. 그럼 나는 그 사람들처럼…” 저주? |
웅크린 KPC
KPC의 중얼거림은 아주 가늘고 미약합니다. 삶의 온기 없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작게 흐느끼는 듯, 말 소리 드문드문 울음소리가 섞여 있습니다. KPC는 무엇이 그렇게 괴로운 걸까요. 달래주는 이 없이 혼자 울음을 삼키는 KPC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이제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해. 나만 모두를…”
KPC가 간신히 내뱉는 말은, 언젠가 당신에게 전화했던 그 날의 목소리처럼 떨려옵니다. …아, 그 때에도 KPC는 이렇게 울음을 참고 있었을까요. 속을 누르고, 숨을 참으며 당신에게 티내지 않으려 했을까요. 그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작게 웅얼거립니다.
“…외로워. 떠나지 마, 나 혼자 두고 죽지 마…….”
오랜 시간을 삼켜 내뱉은 한 마디 중얼거림은 공허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끝을 알 수 없이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간헐적인 흐느낌만이 가득찹니다.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가린 손 너머로 살짝 비쳤던 그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얼굴을 가리는 손끝의 움직임이 어딘가 부자연스럽습니다. 그가 울면서 ‘외롭다’는 말을 중얼거릴 때마다 손끝에서, 머리카락 끝에서, 그의 피부 위에서, 색이 스러지고 점차 단단하게 손끝이 돌처럼 굳어 바스라집니다. 벌써 검지 손가락의 끄트머리는 반쯤 부서지고 없네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실패: 가린 손 너머로 살짝 비쳤던 그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그는 굼뜬 손길로 웅크린 채 작게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깐. 그의 손,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요? 시체라도 되는 양 회색빛이 되어 색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그는 어디 하나 멀쩡해보이는 곳이 없어요. 온몸 곳곳에 베이고, 찔리고, 다친 상처가 가득합니다. 검지 손가락은 또 어디서 다쳐온 걸까요? 마지막 마디의 절반 가까이가 보이지 않아요. 피도 흐르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탐사자, 이성판정.(0/1) |
사진을 든 KPC
익숙한 옷차림과 익숙한 모습의 KPC네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은 KPC의 손에 들린 것은 언젠가 당신과 KPC가 같이 찍었던 사진입니다. 사진을 바라보는 KPC의 표정은 다른 KPC들과 달리 조금 쓸쓸해보이지만 약간의 웃음이 지어져 있습니다. 그는 혹시나 사진이 구겨질까 끄트머리를 움켜쥐고 손을 뻗어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어요.
“탐사자.”
그가 작게 당신의 이름을 속삭입니다. 그는 한참이나 침묵하다 다시금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며 사진을 제 옆에 내려놓아요. 그는 곧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 별들이 다채롭게 빛나고 있는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는 곧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요. 약병? 탐사자, 지능판정.
성공: 분명 알고 있습니다. 이 옷차림, 이 약병. 저 조금 창백해보이기까지 하는 얼굴. 당신 앞에서 사라지던 그 때의 KPC의 모습과 동일해요. 그렇다면 지금 이 모습은 그 날의 KPC일까요? 그는 그 날,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요. 실패: 저 약병,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의 손에 들린 병은 잘 보이지 않아 쉽사리 무엇인지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그의 얼굴빛이 조금 창백해보이네요. 별빛에 비쳐 보이기 때문일까요. 그의 목소리가 따스하게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만 느껴집니다. |
“내가 당신을 잊어도, 당신이 날 잡아줄까요? 기억도, 삶도 다 가지고 싶다면 그건 욕심이겠죠.”
“탐사자, 당신은 어때요.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지만, 묻고싶어요.”
“난 너를 조금도 잊고 싶지 않아.”
“널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속삭임과 함께 눈이 감겼다 뜨이면, KPC가 있던 자리에는 당신의 사진만이 놓여 있을 뿐입니다. 사진에는 「Amor tui. Tempus fugit, amor manet.」라고 적혀 있습니다.
(※KP 노트: 라틴어 기능치가 있을 시 ‘너를 향한 사랑.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아.’라는 뜻임을 알려주세요. 중요한 단서는 아니기에 별도로 판정을 요구하지 않으며, 라틴어 외의 탐사자에게 하고싶은 말로 개변해도 좋습니다.)
칼을 든 KPC
칼을 들고 선 KPC의 모습은 조금의 생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둠과 절망에 빠진 그의 얼굴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손등을 모두 가리는 셔츠를 입고 선 그는 꼭 시체와도 같아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이라고는 쉬이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가 입은 셔츠를 보아도 죄다 해지고 넝마처럼 때가 탄데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품이 지나치게 큽니다.
…아니, 아니예요. 그가 마른 것이네요. 앙상히 메마른 그는 뼈만 남아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듯해보입니다. 그는 칼을 든 채, 멍하니 칼날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어요. 그는 한참을 침묵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합니다.
“…죽고싶어.”
공허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말은 건조합니다. 삶의 마지막 남은 온기마저 바스라진 듯 메말라 있습니다. 그는 칼을 들어 손목을 덮도록 길게 늘어진 옷자락을 걷어냅니다.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그가 셔츠를 드는 순간 어깨에 간신히 걸쳐 균형을 맞췄던 옷의 넥카라가 한쪽으로 흐트러지며 그의 피부가 드러납니다. 목 아래서부터 딱딱하고 검게 굳어버린 팔은 사람이라기보다 조각상의 것과 비슷합니다. 그가 손을 들어 움직일 때마다 그의 손끝이, 발끝이, 팔이, 돌이 되어 조금씩 바스라져 아래로 떨어집니다. 실패: 눈앞이 새하얗게 번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찔한 공포가 머릿속을 덮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칼날에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껴요. 그늘이 져 그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잖아요.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거죠? KPC, 그만둬요! |
(※KP 노트: 칼을 든 KPC까지 모두 보았을 경우 해당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KPC가 중얼거리는 순간 샹들리에가 바닥으로 떨어져 거친 소음을 냅니다. 사방으로 튀는 유리조각이 달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납니다. 당신의 손에 들린 등불 안 촛불이 어디선가 부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흔들리며 미약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순간,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6. 알잖아요, 어떤 별은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거.
추천 BGM: 魔女の館:re(그림자 복도 SoundTrack) / (전화가 걸려온 뒤) unknown artist - 【作業用BGM】ピアノBGM【ノスタルジー】
유리 거울이 깨어져 바닥에 파편이 흩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선가 비릿한 혈향과 함께 총을 겨눠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면,
웅크린 채 총을 머리에 겨누고 있는 KPC.
피가 떨어져 흐르는 손으로, 유리조각이 살에 파고들도록 꾹 쥐어 제 목을 겨누는 KPC.
그리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으로 흐린 달빛을 등지고 칼날을 자신의 손목 깊숙이 힘주어 긋는 KPC.
따듯하고 온화하게만 느껴졌던 이 곳은 더 이상 평온하지도, 포근하지도 않습니다. 이 곳에 살아 있는 건 오롯이 당신 뿐입니다. 알고 있잖아요, 탐사자. 이 곳의 모든 것은 환상입니다. 그를 좇아 따라 들어온 당신에게 펼쳐진 낯선 환상. 당신이 잠깐 잠에 든 사이 꿈을 꾸고 있을 지도 모르는 법입니다. 영원한 잠에 빠져든 프시케처럼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앞에서 괴로워하는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어스름한 달빛 너머로 그의 뺨을, 턱을 따라 투명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표정을 읽을 수 없어도 알 것 같아요. 당신에게 미안하다 속삭이던 그 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서……
단발의 총성이 울리고, 무언가 살을 찢고 파고드는, 근육과 인대가 끊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너진 살과 살이 서로 맞부딪쳐 질척한 소리를 냅니다. 미지근하고 축축한 무언가가 당신의 얼굴로 튀어 끈적하게 흐릅니다.
그의 손목에서, 그의 머리에서, 그의 목에 선명한 선이 그어집니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방 안에 잔향을 불러일으킵니다. KPC가 떨어트린 칼이 소리없이 떨어져 바닥을 더럽힙니다. 한 번의 삶이 끝나는 순간은 참으로 잔인합니다. 당신 앞의 KPC는 곧 균형을 잃고 앞으로 몸이 고꾸라집니다.
벽에 걸린 시계들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시계 바늘의 소리만이 방 안에 남아 들립니다. 되감기고, 앞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앞뒤로 오가는 시계 바늘의 움직임은 이 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조차 헷갈리게 합니다.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당신 뿐인 방. 모든 순리와 질서가 어긋난 이 방의 유일한 목격자, 당신. KPC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축축히 바닥을 적셔 스며들어갈 때, 탐사자, 관찰판정.
성공: 쓰러진 KPC의 몸으로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로브를 얼굴까지 뒤집어 쓴 검은 머리의 남자가 그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면 쓰러진 KPC가 다시 일으켜 세워집니다. 깨어진 그의 머리가 다시 붙어 피가 흐릅니다. 선명히 나뉘었던 목과 기도의 살점이 다시 이어붙습니다. 짤막한 웃음소리는 귀에 낯익습니다. 일어서는 그의 몸에는 어둠을 닮아 안개처럼 흐릿하고 기다란 실타래가 묶여 있습니다. 그 실에 따라 KPC는 마리오네트처럼 힘없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다시 조립됩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실의 시작점을 따라가면 누군가 심장을 움켜쥐는 듯 강렬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KPC를 묶은 실타래는 장식장 가장 윗켠에 놓인 은과 유리로 세공된 동상의 입안과 이어집니다. 그것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촉수를 하나 더 뻗어 KPC의 등에 박아넣습니다. 그 순간, 다시 KPC의 몸이 돌처럼 생기를 잃고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로이고르의 조형물과 마주한 탐사자, 이성판정.(3/4) 실패: 쓰러진 KPC의 몸이 다시 일으켜 세워집니다. 깨어진 그의 머리가 다시 붙어 피가 흐릅니다. 선명히 나뉘었던 목과 기도의 살점이 다시 이어붙습니다. 일어서는 그는 실에 묶인 마리오네트처럼 힘없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다시 조립됩니다. 달빛 아래 힘없이 몸이 뒤틀리는 그를 보고 있으면, 누군가 심장을 움켜쥐는 듯 강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어디선가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의 몸이 한 차례 앞으로 고꾸라지며 돌처럼 생기를 잃고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죽은 사람의 부활을 마주한 탐사자. 이성판정.(5/6) |
죽은 자가 되살아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으나 그는 지금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생기를 잃은 뺨에 화사한 혈색이 돌고 피로 물든 입술에는 그보다 더 짙은 숨결이 머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운명의 실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살아 있는 게 맞나요? 혹은, 죽어가고 있는 게 맞나요?
꿈틀거리며 다시금 KPC의 등 뒤로 꽂히려던 촉수가 바닥으로 떨어진 KPC의 단도와 닿습니다. 그 순간, 귀를 찢을 듯한 이명이 울려퍼지고, 촉수가 예리한 칼날에 두동강 나 돌처럼 굳어 바스라집니다. 현기증이 입니다. 속이 울렁거리고, 끝없는 절망감에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
짧은 벨소리와 함께 강제로 눈이 감깁니다. 다시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은 검게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입니다. 탐사자, 당신.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있었네요. 당신의 손에는 KPC가 들고 있던 황금 단도가 쥐여져 있어요. 쌀쌀한 바람이 뺨을 차게 식히고, 어디선가 누군가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추위에 어느덧 새빨갛게 터버린 손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면, 발신자의 이름은 KPC.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KP노트: KPC는 니알라토텝이 옮겨둔 흰 방에서 방금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즉시, 탐사자와 헤어질 때 누군가 신적인 존재가 개입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탐사자가 안전할 수 있도록 곁에 두어 보호하고자 합니다. 간단한 통화 중, 사거리 교차로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해주세요. 단도는 되도록 챙겨갈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7. 나는 당신의 시간 어디서던 존재할게요.
추천 BGM: SLANDER & Said the Sky - Potions ft. JT Roach (Acoustic)
시계는 어느덧 11시를 넘어 자정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발걸음은 목적지 분명하게 한 곳으로 향합니다. 산타 복장을 한 어른들이 아이들을 웃으며 반기고, 아이들은 넓은 대로변을 따라 루돌프처럼 코가 붉어져 달려갑니다.
이 곳의 모두가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웃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나는. 달려가고 있습니다, 네게로. 인파를 거슬러 가고 있습니다, 가장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빛나고 있는 이 도시의 사거리, 교차로로.
한낮 같이 환한 사거리에는 노랗고 붉은 조명들이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진열대 너머 지직거리는 TV 속 아나운서는 오늘 밤 눈이 내릴 거라고 이야기해요.
그래요, 오늘밤. 당신이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리고 당신과 그의 계약 연애가 끝날 오늘 밤.
당신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입김이 유난히 흽니다. 이마를 간지럽히는 찬 바람 속 드문드문 차가운 물방울이 느껴집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흰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거리 교차로 가장 찬란한 별 아래 네가 서 있습니다. KPC. 그가 트리 아래에서 당신을 보고 서 있습니다.
(※KP 정보: 이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본 시나리오는 KPC에게 진상이 일부 가려져 있으므로 전달 시 유의해주세요. 물약을 마시고 싶어하는 KPC의 경우 네 의견을 묻고 싶다는 식으로 개변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 나는 불멸을 사는 존재다. 그러나 너를 만나고 난 뒤 외로움을 깨달아 몸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 그런데 어떤 남자가 나타나 물약을 마시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 그 남자가 알려주길, 내가 그 물약을 마시면 나는 모든 기억을 잊고 예전과 같은 외로운 삶을 살게 된다. - 카페에서 네게 하고 싶던 말이 이거였지만, 그 때는 네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 그리고 난 너와 함께 한 기억이 너무 소중해 잊고 싶지도 않았다. - 나는 물약을 마시지 않으면 죽겠지만 가장 소중했던 너를 잊고 살고 싶지도 않다. |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린 겨우살이가 노란 전구빛을 받아 물듭니다. 저 멀리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듯 아이들이 초를 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종소리는 이제 경쾌한 왈츠를 추듯 규칙적으로 흔들리며 우리의 앞길을 밝히고, 전광판에는 붉은 글씨로 ‘MERRY CHRISTMAS!’라는 글씨가 깜빡입니다.
검은 하늘 위 가로등 불빛이 규칙적으로 빛나는 모습이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빛내는 노란 전구선 같아요. 그 불빛들이 너무 환해서, 태양 같이 눈이 부셔서. 지금 KPC를 보아도 표정을 알 수 없습니다. 그가 당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아는데, 당신은 그를 볼 수가 없어요. 탐사자, 지능판정.
(※KP 노트: 만일 앞서 이어진 실을 본 탐사자라면 괄호 부분을 같이 출력해주세요.)
성공: 그의 등 뒤로 길게 늘어져 얽히고 설킨 노란 전구들. 탐사자의 머릿속에 방금 전 KPC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는 꼭 실타래에 묶인 인형이라도 되는 듯 했(고, 이상한 촉수에 휘둘렸)잖아요. 그의 말처럼 물약이 그를 살릴 유일한 방법일까요? 그렇지만 불안한 걸요. 복잡한 기분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면, ……환한 조명을 받아 그의 어깨에 이어진 실타래 같은 촉수가 흐릿하게 보입니다. 실패: 탐사자의 머릿속에 방금 전 KPC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는 꼭 실타래에 묶인 인형이라도 되는 듯 했(고, 이상한 촉수에 휘둘렸)잖아요. 그가 정말 죽었다 살아나길 반복하는 존재라면 그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가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면, 역광을 받아 그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눈부셔 눈가를 찡그리게 되네요. |
KPC가 당신의 손을 잡아옵니다. 그는 당신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당신과 KPC의 마지막 날.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하나의 생명이 죽는 날.
자, 탐사자.
이 이야기의 결말을 결정할 때예요.
당신을 사랑하는 그에게,
그가 사랑하는 당신이.
이하 엔딩 분기입니다.
탐사자가 KPC를 쫒아가지 않을 시 END 1. 나는 충분히 행복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탐사자가 로이고르의 구속을 끊지 못하고, 독약을 마시지 않기를 권할 시 END 2. 탐사자, 내 무덤에 꽃을 바쳐줄래요?
탐사자가 독약을 권할 시 END 3. 알잖아요, 모든 일이 최선의 결과만 벌어지지 않는단 걸.
탐사자가 독약을 권하지 않고 로이고르의 구속을 끊으면 END 4. 당신이 내 파트너니까.
엔딩
1. 나는 충분히 행복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추천 BGM: Johannes Bornlof - As The Years Go By
어떤 이유에서던 당신은 그를 쫒아가지 않기로 합니다. 제멋대로 구는 그에게 지쳐서일 수도, 그를 쫒아가기엔 당신이 신경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일 수도, 당신의 일상이 그보다 더 소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뿐입니다.
그날 이후 KPC는 당신의 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일상을 되찾았으며 그는 자취를 감췄어요. 어디서도 그를 찾을 수 없어 사람들이 수군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작은 관심마저 사그라들었습니다. 새로운 해가 다가오는 연말에는 그런 작은 것에 신경쓰기에는 너무 바쁜 나날들이 이어졌으니까요.
날이 밝고, 달이 바뀌어,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한 데 모여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교차로. 당신은 오랜만에 홀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각이 되기 무섭게 색색의 폭죽이 하늘을 환하게 수놓아 거리가 환해집니다. 저마다의 새해 소원을 비는 이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은 환희 속,
당신은 KPC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잠시의 인사도 없이 거리를 돌아 나가 사라집니다. 생전 처음 보는 그 차가운 낯은 당신에게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이었어요. 뒤따라나가도 KPC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꿈을 꾼 것처럼 들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당신 홀로 서 있었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애하는 탐사자.
당신의 일상은 여전히 내일도 이어질 겁니다
비록 한 사람 분의 애정이 비었더라도.
이미 헤어진 사람의 일이야, 별 것 아니잖아요.
그야, 그 이유는 탐사자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요.
KPC는 내 삶의 행복을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가 없어도,
KPC ??. 탐사자 생환. KPC는 탐사자의 앞에서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날 만난 KPC는 KPC일 수도, KPC를 닮은 이일 수도 있습니다. |
2. 탐사자, 내 무덤에 꽃을 바쳐줄래요?
추천 BGM: Johannes Bornlof - O Holy Night (Piano Version)
그는 당신의 말에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치의 미련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은 홀가분하게 보이기까지 해요.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약병을 저 멀리 던지고서는 당신의 손끝에 가만히 입을 맞추며 속삭입니다.
"탐사자.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사실만 잊지 말아줄래요?"
"언젠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되더라도 가끔 나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당신 하나 뿐이니까."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저, 그것이 당신의 한계였을뿐이예요. 수상하고 의심쩍은 약을 마시느니 차라리 삶을 포기하기를 바랐을지도, 그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해도 그를 살릴 방법은 떠오르지 않아서 포기했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KPC는 당신에게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그 말을 따랐으니까요. 처음부터 당신에게 제 목숨을 쥐여준 것처럼.
눈이 내립니다.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하나의 거룩한 생명이 태어난 날.
크리스마스는, 또 다른 생명들이 죽어간 날.
12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을 끌어안은 KPC의 몸이 조금씩 부서져 내립니다. 흰 눈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웅웅댑니다. 입술이, 코끝이, 당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던 눈꼬리가, 모든 것이 희고 희게, 눈부시게 바스라집니다.
여기, 태양을 사랑했던 눈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태양을 만나 찬란한 삶의 끝을 맞이했습니다.
당신의 손끝이 조금씩 가벼워질 수록 당신의 어깨에는 소복하게 흰 눈이 쌓입니다.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입술을 움직여 그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그는 이제껏 본 그 어느 순간보다도 환하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시린 두 눈에 고이는 눈물과 함께 영원히 그는 당신을 떠났습니다. 여전히 그의 마지막 인사가 귓가에 맴돕니다.
"탐사자. Merry Christmas."
"잘 지내요."
"가끔, 아주 가끔 내가 생각나면......"
KPC 로스트, 탐사자 생존. KPC는 살아남기보다, 탐사자와의 기억을 간직하기를 택했습니다. 혹시 또 아나요. 어느 크리스마스날, 선물처럼 그가 당신에게 되돌아올지. |
3. 알잖아요, 모든 일이 최선의 결과만 벌어지지 않는단 걸.
추천 BGM: Silent Night (Christmas Piano Cover)
망각으로 구원받는 불멸의 삶. 당신을 잊음으로서 새로 태어나는 KPC의 영원함. 그는 당신의 말에 재차 되묻기도, 당신을 설득하려는 듯 맞잡은 두 손을 강하게 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당신의 뜻을 꺾진 못했어요. KPC는 결국 순순히 당신의 말을 따르고야 말았습니다. 당연히도, 그가 당신을 사랑하기에.
"탐사자. 나를 기억해줄래요?"
"내가 당신을 잊어도, 당신이 나를 기억한다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겠죠."
그가 투명한 병을 손에 쥐고서 묻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병은 아주 손쉽고 간단하게 뚜껑이 열립니다. 그 안에서 빛나는 액체는 그의 흘러내리는 눈방울의 색을 닮아 투명하기도, 온 세상을 비추는 저 노란 전구 빛에 물들어 은은한 황금빛을 띄기도 합니다.
이거면 된 거예요. 당신은 그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진다 한들 그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를 찾아갈테니 우리는 재회할 겁니다. 그 때 그에게 당신은 뭐라고 말해줄 생각일까요. 여전히 불멸을 사는 그에게 당신의 사랑은 독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Merry Christmas!
자정을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거리의 사람들이 다함께 외칩니다.
그리고 그는 독배를 들어 성수처럼 삼켜냅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푸르게 질리는 입술과, 왈칵, 피를 토하며 당신에게 기대는 그.
그리고 들리는 익숙한 웃음소리.
무엇인가 잘못되었어요. 섬뜩한 불안감이 당신을 집어삼키고 순식간에 눈물이 고입니다. 옅게 떨리는 그의 손이 힘을 주지 못하고 당신의 어깨를 짚다 미끄러지면 그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쓰러진 그의 위로 눈송이가 조금씩 쌓이지만 그는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뺨을 식혀갑니다. 떨리는 두 손으로 그를 안아 받치면 그는 당신의 뺨에 손을 뻗어 쓰다듬다, 툭, 아래로 손을 떨굽니다.
한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 한 사람의 생명이 꺼져들어갑니다.
끝없이 외롭던 누군가의 기나긴 삶이 드디어 마침표로 마무리지어집니다.
탐사자, 이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KPC 로스트. 탐사자 생존. KPC는 니알라토텝의 속임수에 속아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나 탐사자, 걱정하지 말아요. 그는 더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당신에게도 여전히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
4. 당신이 내 파트너니까.
추천 BGM: White Christmas(piano)
당신의 손끝에 걸린 날이 선 단도가 손끝을 예리하게 찌릅니다. 어쩌면 이것으로 그의 기나긴 고통을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이유로 설명해도 그가 이해할 수 없을테지만, 적어도 확신할 수는 있습니다.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그리고 그는 당신이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임을.
Merry Christmas!
자정을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거리의 사람들이 다함께 외칩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그를 품에 끌어안고 그의 등 뒤에서 일렁이는 옅은 실타래를 단도로 베어냅니다. 그 순간 귓가에 이명처럼 들리는 울음소리. 무언가 끊어지는 듯 손끝에 걸리다 흩어지는 감각. 소란한 도시 속, 누군가가 속삭이는 말소리.
'제법 똑똑하네.'
(※KP 노트: 니알라토텝입니다.)
이 도시의 모든 이가 사랑하는 자들과 함께입니다. 아이를 끌어안고 산타를 반기는 어느 가족들. 쾌활하고 즐겁게 울려퍼지는 종소리. 라디오와 TV, 그리고 도시 곳곳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들. 우리의 머리 위로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희디 흰, 따스한 눈송이들.
그리고 당신을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깊은 숨을 토해내는 KPC.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하면, 대리석처럼 창백했던 그의 뺨에 조금씩 혈색이 들아옵니다. 회색빛으로 물들어 굳었던 그의 입술에 붉은 핏기가 맴돕니다. 점차 따스해지는 그의 체온은 분명히 산 사람의 것과 같습니다. 그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는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 사람의 탄생을 축복하는 날, 크리스마스.
그리고 여기, 새로이 태어난 그가 있습니다.
더이상 외롭지도, 슬프지도, 홀로 영원을 살아가며 잊혀지지도 않을 그가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비로소 당신에게서 삶을 이어받은 그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더듬고, 옷자락을 들춰 자신의 굳지 않은 살결을 보고서야 당신에게 입맞춥니다. 그 모든 움직임과 그 모든 숨결에 환희가, 설레임이, 기쁨이 묻어납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한 사람의 저주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습니다.
노란 황금빛 전구가 우리의 머리 위를 비춥니다. 우리는 지금, 크리스마스 겨우살이 아래에 서 있습니다. 그가 애정 담긴 달뜬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탐사자, Merry christmas."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하면, 행복해진다는 전설을 알고 있어요?"
"당신과 행복해지고 싶어요."
KPC 생존, 탐사자 생존. 탐사자는 KPC를 니알라토텝의 속임수에서 구해내고, 로이고르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슬프지도, 비탄에 빠지지도 않을 겁니다. Merry Christmas, 탐사자. 그리고 KPC. 이제 새로이 쓰일 우리의 시간은, 오롯이 우리만의 것입니다. |
2021.11.29 초고 완성
2021.12.11 TP 종료
2021.12.14 1차 수정
2021.12.15 배포
2021.12.28 추천 배경음악 삽입 및 본문 수정
후기
- S의 Right Partner, B에게.
테스트 플레이에 참여해주신 팀 르네상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시나리오를 검수해준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크리스마스 계연을 맺은 사랑하는 B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해보았어요. 작성 당시에는 계약직 앤오였는데, 이제 B가 제 앤캐입니다(?) 엔딩 난이도가 조금 높다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직장인이 된 첫 해인데, 일을 다니며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_ㅜ...작성할 때 모티프로 삼았던 곡을 하나 올려두고 갑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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